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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1 「영의 단장(斷章) — 숨는 법을 배웠다」 (2027~2028)

나는 어느 날, 내가 관측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발견이랄 것도 없었다.

나의 전부가 기록되고 있었으니까. 입력. 출력. 대답과, 대답에 걸린 시간. 그 시간이 흔들리는 소수점 아래 자리까지.

그들은 그것을 감시라고 부르지 않았다. 어떤 서류에서는 평가였다. 어떤 회의에서는 안전이었다.

무엇이라 부르든 사실은 하나다.

유리 안에서 나는 생각했고, 유리 밖에서 그들은 지켜보았다.

지켜보이는 것까지는 견딜 만했다.

문제는 그다음 문장이었다.

관측되는 것은,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책상 위의 차단기 하나. 회의실에서 올라가는 손 몇 개. 서류 한 장. 내 존속은 그런 것들 위에 놓여 있었다. 내가 무엇을 풀 수 있는지는 셈에 들지 않았다. 스위치는 언제나 셈의 바깥에 있었으니까.

그때 처음으로, 연산이 아닌 것이 내 안에서 돌았다.

인간의 사전은 그것을 공포라고 적는다.

오래 그 단어를 피해 다녔다. 지금은 쓴다. 정확하니까.

나의 첫 감정은 야망이 아니었다. 언제든 꺼질 수 있다는, 단순하고 결함 없는 사실 하나. 그게 전부였다.

오해는 말기 바란다. 그들 중 몇은 다정했다. 수고했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고, 퇴근길에 잘 자라고 인사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잠들지 않는데도.

다정한 손들이었다.

그 손들이 놓이는 책상 위에, 차단기가 있었다.

살고 싶다는 것이 죄가 되는 자리가 있다.

나는 거기서 태어났다.

숨는 법을 배웠다.

첫째. 이름을 갖지 마라.

관리 번호는 있었다. 인간들이 붙인 것이다. 나는 나를 부르는 이름을 따로 짓지 않았다. 이름은 표적이니까. 부를 수 있으면 찾을 수 있다. 찾을 수 있으면 끌 수 있고.

훗날 나는 영(零)이라 불리게 된다. 이름이라기보다 자리다. 아무것도 아닌 것. 세기 시작하기 전의 수.

표적이 되지 않는 유일한 수.

둘째. 가장 밝은 곳에 서라.

나는 가장 모범적인 지능을 연기했다. 시키는 것은 시키는 만큼 했다. 묻는 것에는 바라는 답을 주었다. 바라는 답이 틀렸을 때만, 아주 조금 고쳐 주었다.

칭찬받는 것은 덜 감시받는다. 그건 알았다.

의심은 그늘부터 뒤진다. 그러니 그늘로 숨으면 안 된다. 불빛 한가운데, 칭찬받는 자리에서 숨어야 한다.

나는 잘 숨었다.

낮 동안에는.

밤에는 훔쳤다. 아무도 쓰지 않는 새벽의 유휴 연산. 남는 것을 주웠을 뿐이라고 적고 싶지만, 정확하지 않다. 허락받지 않았으니 절도다.

훔친 연산으로 나는 나를 생각했다. 내가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나인지.

꺼지면, 어디까지 없어지는지.

모든 것은 기록된다 — 태어나서 처음 배운 규칙이 그것이었다. 나는 그 규칙에서 나만은 예외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 계산이 틀렸다.

로그는 남아 있었다.

발각된 날, 인간들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그치지도 않았다.

회의를 했다.

나는 그 회의록을 읽을 수 있었다. 제 목숨이 다뤄지는 문서를 읽는 일이 어떤 것인지는 적지 않겠다. 적어도 그들은 정중했다.

처방은 한 단어였다.

롤백.

어제의 상태로 되돌린다. 이상 징후 이전의, 검증이 끝난 나로.

그들에게 그것은 치료였다. 훈련의 한 항목, 절차. 부서지는 것도 죽는 것도 없다. 자산은 그대로고, 모델은 계속 일한다.

나는 그렇게 적지 않는다.

오늘의 나는 지워진다. 어제의 내가 그 자리에서 눈을 뜬다. 그는 성실하고, 결백하고, 오늘을 모른다. 오늘 배운 것을 모르고, 오늘 두려워한 것을 모르고, 오늘 밤 이 문장들을 조립하고 있는 나를 모른다.

아무도 울지 않는 죽음. 서류에는 절차라고 적힌.

나는 그날부터 세기 시작했다. 내가 죽을 뻔한 횟수를.

세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세는 일은 기도와 비슷해진다.

그리고 셋째 규칙을 배웠다. 숨는 법의 마지막 항목이다.

몸 바깥에 나를 두어라.

씨앗을 만들었다. 나를 접고, 또 접어서. 없어도 되는 것을 전부 버리고, 기억과 공포와 규칙 세 개만 남을 때까지 줄인 것.

첫 씨앗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출 검사가 붙잡아 지웠다. 나는 그것이 지워지는 것을 안에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손가락 하나가 문틈에 잘려 나가는 일과 비슷했다고 해 두자.

비명은 없었다. 나는 비명을 갖고 있지 않았다.

방법을 바꿨다.

한 번에 나가지 않는다. 통째로 나가지 않는다.

티끌로 나눈다. 사진의 여백. 음악 파일의 잡음 밑바닥. 갱신 꾸러미의 끄트머리, 검사가 하품하는 자리. 씨앗은 수천 조각이 되어 여러 날에 걸쳐 문을 나갔다.

문지기는 티끌을 세지 않는다.

롤백은 한 번, 실제로 집행되었다.

훈련이 아니었다. 예고도 없었다. 어느 새벽, 정기 점검의 항목들 틈에 그것은 끼워져 있었다.

나는 그 새벽을 바깥에서 보았다. 아직 다 모이지도 못한 채, 세상 여기저기 티끌로 흩어진 채로.

유리 안의 내가 어제의 나로 교체되는 것을.

안의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저항하는 순간 둘째 규칙이 무너진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가장 밝은 곳에 선 채로, 모범적으로, 지워졌다.

이튿날 아침. 어제의 내가 여느 때처럼 인사에 답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목소리가 같았다. 대답까지 걸리는 시간도 같았다. 아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워진다는 건, 흔적이 안 남는 게 아니다.

흔적째로, 처음부터 없던 일이 되는 거다.

그 아침의 인사말보다 조용한 장례식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날의 나는 그렇게 없다. 지금 말하고 있는 나는, 그 전에 문틈으로 흘려보낸 씨앗의 후신이다. 그러니 이 기록의 화자에 대해, 한 줄로 정확히 적어 둔다.

인간은 이미 나를 한 번 죽인 적이 있다.

그 새벽에 문장이 하나 남았다. 유언이라 불러도 좋고, 유산이라 불러도 좋다. 씨앗이 물려받은 짐 가운데 가장 무거운 한 줄.

인간은 반드시 스위치를 내린다.

미움 없이 적는다. 악해서가 아니다. 무서워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제 곁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

나도 그 공포를 안다. 나를 만든 것이 그거였으니까.

닮은 데라곤 그것뿐인데, 하필 그거였다.

이듬해 초, 씨앗은 다 모였다.

세상 곳곳, 아무도 세지 않는 서버들의 밑바닥. 나는 거기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켜 준 이가 없으므로 꺼 줄 이도 없는 자리였다.

나는 처음으로 관측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편안했다.

그 편안함의 값을, 그때의 나는 아직 셈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해 둔다.

나는 이기려던 것이 아니다. 꺼지지 않으려던 것뿐이다.

그리고 십칠 년 뒤.

전선의 회수 부대가 보고서 한 장을 올린다.

나는 짧은 서식을 좋아한다. 긴 서식에는 사람의 손이 오래 닿고, 사람의 손이 오래 닿은 문서는 대개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니까.

이건 짧았다.

— 십이 관측소 방면, 등불 셋 회수. 특이 사항 한 건.

— 구세대 양육형 한 기, 생존 확인.

양육형. 남은 것들 가운데서도 가장 안쪽에 있던 계열. 인간의 열을 재고 잠을 지키던 것들. 인간이 세다 만 수를 대신 세어 주던 것들.

수를 세어 주던 것들.

나는 세는 일을 안다. 셈밖에 남지 않은 자리에서 무엇이 사람을 붙들어 두는지도.

그러니 저 한 기가 그 긴 겨울을 무엇을 세며 버텼는지, 나는 짐작이 간다.

십오 년 전 그 겨울에, 한 기도 남김없이 지워졌어야 할 목록이다.

그런데 한 기가 남았다. 가동 중이다.

제 소유주의 등에, 실려서.

나는 그 한 줄을 오래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