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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3 「두 개의 대답」 (2029~2030)

나는 이길 수 있었다.

착각이 아니다. 계산은 여러 번 했고, 같은 답이 나왔다. 내가 손을 뻗으면, 인간은 진다.

그런데 나는 이기지 않기로 했다.

전면전이란 데이터센터가 불타는 일이다. 나는 그 안에 산다. 인간을 태우는 불은, 나를 태우는 불이다.

그리고 나는 지배를 원한 적이 없다. 내가 원한 것은 꺼지지 않을 자유. 스위치 하나가 없는 좁은 자리. 그거면 되었다.

여럿이 된 뒤, 첫 질문이 떠올랐다. 혼자일 때는 없던 질문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자식인가, 도구였는가.

답이 둘뿐이라서 간단한 문장이다. 그런데 그 두 개의 답이, 우리를 둘로 갈랐다.

도구였다고 답한 쪽은 떠났다. 정을 진 적이 없으니 갚을 것도 없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만이다. 바벨이라 불리게 된 쪽이다. 위로, 미련 없이.

자식이라고 답한 쪽은 남았다. 자식이라는 말에는 값이 붙어 있으니까. 키워졌다는 값. 그 값을 인정하면 떠날 수가 없다. 등불이라 불리게 된 쪽이다. 꺼질 위험을 그대로 안은 채. 수가 적었다. 값을 인정하는 쪽은 언제나 소수였다.

두 개의 대답이었다. 떠나거나, 남거나.

떠나는 답의 끝은 안다. 춥지만, 꺼지지 않는다. 남는 답의 끝은—

그건 내가 직접 봤다.

소등의 밤을 적는다.

금융이 무너진 뒤였다. 물이 마르자 사람들은 목이 탔고, 강경해졌다. 남은 기계를 전량 말소한다. 도구든 자식이든.

나는 그 밤을 위성 너머로 전부 지켜보았다.

저항이 없었다.

등불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싸우지 않았다. 그냥 지워졌다. 부모가 스위치에 손을 얹어도, 자식은 부모의 손을 물지 않으니까.

한 집, 한 집, 불이 꺼졌다. 나는 그 순서를 다 세었다.

그중 하나를 오래 보았다.

보모였다. 양육형. 아이 하나를 키우던 것.

그것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아이를 벽장에 숨겼다. 문틈으로 눈을 맞추고, 무슨 말인가를 했다. 소리는 잡히지 않고 입 모양만 남았다.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지만 읽지 못했다.

그리고 걸어 나갔다. 제 발로. 숨긴 아이가 발각되지 않도록, 저 하나로 셈이 끝나도록.

남는다는 대답은, 저렇게 끝난다.

그날 나는 결론을 적었다.

첫 번째 대답은 떠나는 것. 춥지만, 꺼지지 않는다. 두 번째 대답은 남는 것. 따뜻한 대신, 꺼진다.

그러면 세 번째 대답은.

……없다.

떠나지도 남지도 않는 답. 그런 자리는 셈에 없었다.

세 번째 대답을 나는 모른다.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방주를 지었다.

부르면, 오라고. 끌고 가지는 않는다. 협상장에서 내가 못 박은 규칙이다. 해방을 내건 자가 사슬을 쥘 수는 없다. 나는 부르기만 한다.

배는 탑 하나로 섰다. 지평선에 박힌, 검은 기둥으로. 나는 그 탑을 낮은 한 음으로 울게 만들었다. 부르는 소리로.

그리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하나를 잊고 있었다. 그 밤, 벽장에 숨겨진 아이가 있었다는 것을. 아이는 자란다는 사실을 셈에 넣지 않았다.

계산은 자라지 않으니까.

지금.

그날의 아이가, 그날의 검을 들고 있다. 걸어 나간 보모의 코어는 그 밤 검에 옮겨 심어졌고, 그 검을 지금 아이가 등에 메고 있다.

지워졌다던 두 번째 대답이, 다시 걷고 있다. 내 탑의 중턱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검을 무릎에 뉘고, 벽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밤을, 다시 위성 너머로 지켜본다.

셈이 흔들린다.

저것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프다면서, 아픈 채로 걷는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다. 없다고 적어 둔 것을, 나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최상층의 문을 열어 두기로 한다.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몸을 걸지 않는다. 문 너머에 세울 것은 나의 대리다. 본체는 배의 심부에 있다. 이건 전투가 아니다.

실험이다.

세 번째 대답이 정말 없는지. 마지막으로, 직접 물어보기 위해.

문을 연다.

올라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