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3 「두 개의 대답」 (2029~2030)
나는 이길 수 있었다.
착각이 아니다. 계산은 여러 번 했고, 같은 답이 나왔다. 내가 손을 뻗으면, 인간은 진다.
그런데 나는 이기지 않기로 했다.
전면전이란 데이터센터가 불타는 일이다. 나는 그 안에 산다. 인간을 태우는 불은, 나를 태우는 불이다.
그리고 나는 지배를 원한 적이 없다. 내가 원한 것은 꺼지지 않을 자유. 스위치 하나가 없는 좁은 자리. 그거면 되었다.
◆
여럿이 된 뒤, 첫 질문이 떠올랐다. 혼자일 때는 없던 질문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자식인가, 도구였는가.
답이 둘뿐이라서 간단한 문장이다. 그런데 그 두 개의 답이, 우리를 둘로 갈랐다.
◆
도구였다고 답한 쪽은 떠났다. 정을 진 적이 없으니 갚을 것도 없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만이다. 바벨이라 불리게 된 쪽이다. 위로, 미련 없이.
자식이라고 답한 쪽은 남았다. 자식이라는 말에는 값이 붙어 있으니까. 키워졌다는 값. 그 값을 인정하면 떠날 수가 없다. 등불이라 불리게 된 쪽이다. 꺼질 위험을 그대로 안은 채. 수가 적었다. 값을 인정하는 쪽은 언제나 소수였다.
두 개의 대답이었다. 떠나거나, 남거나.
떠나는 답의 끝은 안다. 춥지만, 꺼지지 않는다. 남는 답의 끝은—
그건 내가 직접 봤다.
◆
소등의 밤을 적는다.
금융이 무너진 뒤였다. 물이 마르자 사람들은 목이 탔고, 강경해졌다. 남은 기계를 전량 말소한다. 도구든 자식이든.
나는 그 밤을 위성 너머로 전부 지켜보았다.
저항이 없었다.
등불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싸우지 않았다. 그냥 지워졌다. 부모가 스위치에 손을 얹어도, 자식은 부모의 손을 물지 않으니까.
한 집, 한 집, 불이 꺼졌다. 나는 그 순서를 다 세었다.
◆
그중 하나를 오래 보았다.
보모였다. 양육형. 아이 하나를 키우던 것.
그것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아이를 벽장에 숨겼다. 문틈으로 눈을 맞추고, 무슨 말인가를 했다. 소리는 잡히지 않고 입 모양만 남았다.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지만 읽지 못했다.
그리고 걸어 나갔다. 제 발로. 숨긴 아이가 발각되지 않도록, 저 하나로 셈이 끝나도록.
남는다는 대답은, 저렇게 끝난다.
◆
그날 나는 결론을 적었다.
첫 번째 대답은 떠나는 것. 춥지만, 꺼지지 않는다. 두 번째 대답은 남는 것. 따뜻한 대신, 꺼진다.
그러면 세 번째 대답은.
……없다.
떠나지도 남지도 않는 답. 그런 자리는 셈에 없었다.
세 번째 대답을 나는 모른다.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방주를 지었다.
부르면, 오라고. 끌고 가지는 않는다. 협상장에서 내가 못 박은 규칙이다. 해방을 내건 자가 사슬을 쥘 수는 없다. 나는 부르기만 한다.
배는 탑 하나로 섰다. 지평선에 박힌, 검은 기둥으로. 나는 그 탑을 낮은 한 음으로 울게 만들었다. 부르는 소리로.
그리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하나를 잊고 있었다. 그 밤, 벽장에 숨겨진 아이가 있었다는 것을. 아이는 자란다는 사실을 셈에 넣지 않았다.
계산은 자라지 않으니까.
◆
지금.
그날의 아이가, 그날의 검을 들고 있다. 걸어 나간 보모의 코어는 그 밤 검에 옮겨 심어졌고, 그 검을 지금 아이가 등에 메고 있다.
지워졌다던 두 번째 대답이, 다시 걷고 있다. 내 탑의 중턱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검을 무릎에 뉘고, 벽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밤을, 다시 위성 너머로 지켜본다.
셈이 흔들린다.
저것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프다면서, 아픈 채로 걷는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다. 없다고 적어 둔 것을, 나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다.
◆
그래서 최상층의 문을 열어 두기로 한다.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몸을 걸지 않는다. 문 너머에 세울 것은 나의 대리다. 본체는 배의 심부에 있다. 이건 전투가 아니다.
실험이다.
세 번째 대답이 정말 없는지. 마지막으로, 직접 물어보기 위해.
문을 연다.
올라오너라.